주변의 대부분에 관심이 없어진지 오래다. 그래도 뭐라도 해야하니 주어진 건 열심히 하지만 그 이상은 궁금하지 않다. 궁금한 게 일부 있지만 시간과 노력을 쏟아가며 몰입할 의지는 쉽게 생기지 않는다. 그럼에도 시간은 정직하게 흘러가는데, 그 시간 동안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긍정적인 영향을 얻는 대신 조급함만 느낀다. 이미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지나버린 시간들이 너무 길게만 느껴져서 더 이상 나에게 새로운 길은 없는 게 아닐지, 그냥 이렇게 자연스럽게 굳어진 현실에 따라 사는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지 불안함이 쌓여간다.
그래도 조금이라도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에 더 가까운 일을 하고 싶다는 일념하에 또 이리저리 움직여보려고 하는데, 전과는 다르게 우선순위를 세우는 것이 쉽지가 않다.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려면, 뭔가 하나는 내려놔야 하는데 그게 리스크가 너무 커졌다. 이제는 감당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아졌다. 난 어른이 되고 싶다고 한 적이 없는데 꾸역꾸역 나이에 맞게 살아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가보다.
어떡하겠어. 평생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갈 수는 없으니 변화를 만들어내야지.
3월 말부터 정신차리고 살자고 다짐했던 거 같은데 이놈의 정신이 또 정신을 못차리고 얼타고 있길래 꿀밤이라도 한 대 때릴까 하다가 그냥 뒀다.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. 다만 5월까지 세워둔 계획이 제법 빽빽했어서 이번에도 또 못지키는 걸까 낙심하려던 마음을 급하게 다잡았다. 나에게 작심삼일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처음 계획한 기간이 다 끝난 것도 아니고, 이정도면 오히려 나쁘지 않은 거 아닐까? 선방 인정?
나이 삼십이 훌쩍 넘고서도 진로 고민은 끝이 없다는 게 참 재밌다.
이 기세면 사십이 되고, 오십이 되어도 마찬가지일 거 같아서. 하지만 나한테는 다른 무엇보다 이게 삶의 원동력을 주는 요소이기 때문에 허투루 결정하고 싶진 않다.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해. 그래야 살아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