오래간만

1년만인가?

놀랍다! 시간이 벌써 이만큼이나 지난 게. 그리고 1년이나 지났는 데도 기어코, 꾸역꾸역 여기를 다시 들어와 글을 쓰고 있다는 게. 진짜 대박인 건 놀아도 논 게 아니고 쉬어도 쉰 게 아니던 지난 1년 동안 고민하던 문제들의 답을 방금 찾아버렸다는 거다. 이 얘기는 잠시 뒤로 밀어두고...

내가 그동안 어설프게 시간만 축내며 괴로워하던 이유를 정리해보려 한다.

1. 이직 후 다음 목표, 방향 상실
2. 개발자로서의 자신감, 자존감 상실(이직하면서 멘탈나간 게 아직도 회복이 안됨)
3. 내가 꿈꾸는 개발자로서의 모습과 진짜 나 사이의 괴리감에서 오는 딜레마
4. 그 와중에 이직한 회사에 대한 실망

뭐 글로 옮겨놓고보니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이유들인 것 같기도 한데, 하여튼 나는 이로 인해 나름 억수로 고통받았다. 아직 고통받고 있는 중이다. 하지만 이제 더이상 고통받기를 거부할 거다! 1년쯤 되면 다 핑계고, 더이상 공부하기 싫고 머리 아프기 싫어서 이러는 거라고 밖엔 볼 수가 없지 않나. 그러니까 앞으로는 하나하나씩 객관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며 해결법을 찾아나갈 계획이다.

그 첫 번째 스텝은 블로그 다시 시작하기!
그 전에 내가 바라는 나의 개발 블로그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하고 넘어가면 좋겠다. 먼저,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의무적으로, 마치 TIL 혹은 잔디밭 채우듯, 뭐라도 쓰기 위해 억지로 포스팅 거리를 찾고, 있어보이는 척 문장을 필요 이상 길게 늘어뜨리고, 문체 하나하나 신경쓰면서 글을 쓰는게 즐겁지 않았다. 그리고 기술적으로 도움 되지 않는 내용이기 때문에 개발자로서 드는 사사로운 생각이나 고민들, 감정들을 숨기며 글을 쓰는 것 또한 즐겁지 않았다. 지금 생각해보면 개인 회고라는 타이틀로 얼마든지 일기장 같은 글을 포스팅할 수도 있었겠다 싶은데 예전엔 그럴 생각을 못했다. 아니면 안한 걸 수도.

정리하자면, 나는 내 블로그 안에서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정말 편하게, 설령 가독성이 구리더라도 그러면 안되겠지만 내용이 구리더라도, 부담없이 글을 작성하되 꾸준함을 유지하기를 원한다. 볼품없어도 계속해서 쓰다보면 언젠가 내 글도 다듬어질테고 그 안의 알맹이도 점차 깊이 있어지겠지. 그저 마냥 불평, 불만, 투정만 부리는 것 같은 일상 글도 계속 쓰다보면 그 안에서 위안을 얻고 오늘처럼 해답을 얻을 수도 있을 거다. 그거면 충분한 거 아닐까?

원래 시작이 가장 어려운 법이니까.

그래서 급 결론.
사실 지금 시험기간이라 공부하기 싫어서 이참에 블로그나 정리해야지 하고 들어온 거였다. 싹 날려버리고 플랫폼을 바꿀까 아니면 빈 목록에서 다시 시작할까 고민하다가, 일단 개발 카테고리의 글들만 남겨두고 이 블로그를 유지하기로 했다. 스킨 수정하고 글 쓰느라 들인 시간 생각하면 쉽사리 옮길 순 없겠더라. 암튼 카테고리명도 고민하기 싫어서 일단 대충 적어뒀다. 그리고 진짜 간단하게 글 하나만 쓰고 다시 강의들으러 가야지 했는데 이게 웬 걸. 뭐라고 하더라, 울고 싶은 기분?? 첫 줄을 딱 쓰고 나니까 갑자기 일렁일렁 살짝 눈물이 날 뻔 했다. 그렇게 방황하고 갈피를 못잡던 기간이 무려 1년이었는데 그러고서도 내 발로 결국은 돌아온 거, 너무 장하고 기특하잖아. 그리고 그동안의 고뇌가 무색하게 나는 개발이 좋고 재밌고, 더 잘하고 싶고, 그래서 개발자로 끝장을 보고 싶다는 답을 찾아버린 거다. 이토록 너무나 간단하게 말이다! 어이없!

어쩌면 당연한 거였을까? 그도 그럴 게, 말로만 놀아도 논 게 아니고 쉬어도 쉰 게 아니라고 한 게 아니다. 진짜로 누워서 놀다가도 문득 방치 중인 블로그를 떠올리곤 다음엔 블로그를 이렇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, 무의식 중에 사이드 프로젝트로 이런 걸 해보면 좋겠다, 이걸 더 공부하면 좋겠다, 프로젝트에서도 이런 부분을 더... 항상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었다. 난 근데 그게 알량한 의무감에서 비롯된 지극히 N스러운 사고라고 생각했다.

그러니까 문제도 답도 결국엔 다 나에게 있었던 거지. 이제 알겠다, 끝! 이제 그만 공부하러 가자.